일본 대학생들도 '학자금푸어 시대'

대학생 학자금 대출 87조원…아베 정부, 장학금 지원책 역부족

최종수정 2017.02.07 04:03 기사입력 2017.02.06 10:12 이진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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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금전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대학생이 학자금을 대출 받는 일은 드물었다. 대다수가 넉넉한 중산층 출신으로 대출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나긴 '경제 빙하기'를 거친 현 부모 세대는 월급만으로 가족 부양이 힘들 정도다.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미국의 대학생들이 짊어지고 있는 학자금 빚은 1조3000억달러(약 1563조9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대학생들의 경우 760억달러다.

학자금 대출이 늘면서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수가 줄어 지금보다 많은 세금과 복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런 판에 학자금 대출이 젊은이들의 어깨를 더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단념하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 내로라하는 직장에 들어가야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더 확보하려다 보니 정부는 정부대로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매튜 굿맨 아시아 경제 담당 수석 연구원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좌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정부 장학기금으로 70억엔(약 710억원)을 확보해놓았다고 지난해 12월 22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의회에서 "가계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결정돼선 안 된다"며 "장학금으로 아이를 지원하고 열심히 공부한 아이가 미래의 납세자로 성장한다면 이는 미래에 대한 진정한 투자"라고 역설했다.

일본의 사회복지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여전히 노년층에게 돌아간다. 노년층에게는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투표권과 영향력이 있다.

일본의 75세 이상 인구는 14세 이하 인구보다 많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듯하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2035년 일본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를, 14세 이하 인구가 10%를 차지하게 된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부흥을 떠받친 기둥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교육 덕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소니ㆍ도요타자동차 같은 기업을 키워내고 이들 기업은 세계 정상급 기술과 생산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1960년 10%에서 1980년 37%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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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일본의 젊은이들이 유익한 정보가 될만한 내용들을 열심히 적고 있다. 이들에게 대학 졸업장은 평생직장의 보증수표가 아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오늘날 18세 일본 인구의 80%가 어떤 식이든 고등교육을 받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요즘 대학 졸업장은 평생직장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학자금 대출에다 장학금까지 받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일본 경제의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다. 인구통계만 놓고 보면 희망이 없을 정도다.

일본으로서는 교육수준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노동력 부족 사태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자극하려면 제조ㆍ서비스 부문에 로봇ㆍ자동화 시스템이 더 도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東京)대학 대학종합교육연구센터의 고바야시 마사유키(小林雅之) 교수는 "인공지능(AI) 같은 혁신기술이 숙련된 전문 노동력도 대체할 수 있다"며 "따라서 교육수준을 한층 끌어올려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립행정법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빌려주는 기관이다. 대출금리는 학위와 시장금리에 따라 0~3%선에서 결정된다.

지난해 3월 현재 JASSO로부터 학자금을 대출 받은 대학생은 2007년 대비 51% 늘어 97만6000명에 이르렀다. 다른 기관들로부터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을 받은 경우까지 합하면 대학생 중 절반 이상이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장학금(한국의 학자금에 해당) 문제 대책 전국회의'의 이와시게 요시하루(岩重佳治) 변호사는 "학생들의 점증하는 빚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를 줄이려 아르바이트에 너무 매달리다 지친 나머지 자퇴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개인파산까지 신청하는 학생도 있다.

이와시게 변호사는 이를 '중산층의 문제'라고 지적한 뒤 "많은 젊은이가 학자금 대출 상환에 발목이 잡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정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특권층에게나 어울릴법한 일이다.

아베 총리가 아무리 애써도 학자금 대출 급증을 막을 순 없을 듯하다. 일본 정부 자체가 어마어마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JASSO의 엔도 가쓰히로(遠藤勝裕) 이사장은 "장학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며 "정치인들이 자기들 정치 기반인 노년층을 위한 예산은 감히 삭감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4월~지난해 3월 JASSO의 총 대출 규모가 배 이상으로 늘어 9조엔에 육박했다. 대출 받은 이들 가운데 4.2%에 상당하는 16만5000명이 지난해 3월 현재 상환을 4개월 이상 연체한 상태다.

와세다(早稻田)대학의 사이토 다이지(齊藤泰治) 학생부장은 "대학이 학생을 도와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외국 대학에 빼앗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리를 7명이나 배출한 와세다대학이 2015회계연도에 제공한 장학금은 21억엔이다. 같은 기간 와세다대학 학생들이 JASSO로부터 대출 받은 학자금은 93억엔에 이른다.

일본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좀더 소비하고 청년층에 투자하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일본의 70~80대 노년층은 돈을 쌓아놓기만 할뿐 쓰지 않는다. 앞날을 위해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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