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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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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인쇄업의 산실 충무로 '筆洞' 맥 잇는 류명식 해인기획 대표

그래픽디자이너 출신 30년 현장맨
"인쇄, 디자인과 융합한 미디어로 진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쇄의 힘 류명식 해인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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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한자로 붓 '필(筆)'자에 골 '동(洞)'을 쓰는 필동. 서울 중구 중남부에 있는 이 지역은 한국 근대 인쇄업의 산실이자 그 맥을 이어가는 핵심적인 곳이다. 지난 십 수년간 인쇄공정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필동 1세대들의 숨은 노력으로 여전히 그 위상을 지켜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1985년 ㈜해인기획을 설립한 류명식 대표(64)다.

22일 필동2가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인쇄업은 스스로 원해서라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체질을 바꿔왔다"며 "프레스(인쇄)는 여전한데 그 이전 단계인 디자인과 후가공의 모든 작업과정은 첨단 디지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 일일이 수작업으로 디자인을 마쳤다면 지금은 해상도가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런 흐름 속에 70~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쇄기술전문 인력이 대거 사라지는 비운도 겪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오히려 인쇄업을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고 그는 믿는다. 류 대표는 "온라인 콘텐츠와 인쇄물은 둘 다 문자 정보를 다루고 있지만 그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면서 "단행본 텍스트나 문자, 동영상 정보는 온라인이, 이미지 중심의 내용은 오히려 첨단 인쇄 쪽으로 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콘텐츠 소비의 양극화에 따라 인쇄업이 더 전문화되고 고급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는 백화점이 VIP고객들을 위해 제작의뢰 하는 DM(direct marketingㆍ직접 마케팅)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전시회 리플릿, 도록을 꼽았다. 류 대표는 "감성시대에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데는 인쇄물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특정 제품의 형태와 컬러, 질감, 곁들여진 문구 등이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기술이 강화된 프레스 전후 단계에서 인쇄물의 부가가치가 더 높아지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과 단체의 니즈는 더 커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류 대표는 "이제는 인쇄업이 아닌 인쇄미디어의 시대라고 본다"며 "단순 인쇄기술만으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디자인적 사고와 잘 융합해 소비자가 원하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디자인적 사고를 강조한 데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현장에서 느낀 강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예고 미술학과 졸업 후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인쇄가 담고자 하는 대상물의 형태와 색감, 질감 등 종합적인 이미지를 그래픽 기술로 생생하게 재현했고, 더 뛰어난 인쇄 품질을 얻기 위해 수십억 원 상당의 독일 유명 인쇄기기 하이델베르크 스피드마스터를 도입했다. 그 결과 해인기획은 디자인컨설팅과 CTP제판, 옵셋인쇄에 이르기까지 인쇄 전 공정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여수세계박람회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설화수, 아모레퍼시픽, 신세계 등 정부와 기업을 아우르며 협업을 진행했다.


류 대표는 또 현업 활동과 더불어 한국 타이포그라피학회 감사, 한국 시각정보디자인협회장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 홍대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사단법인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14일엔 제10회 서울인쇄대상 심사위원으로도 나섰다. 서울인쇄대상은 국내 우수 인쇄물의 품질을 평가해 시상하는 경연대회인데 해인기획은 2005년 인쇄한 VIDAK연감으로 2006년 제1회 서울인쇄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류 대표는 "대기업 소속의 디자이너 등 안전한 길 대신 현장 중심의 디자인 활동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워나갔으면 한다"며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으로 관점을 바꾸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년퇴직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책이나 강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쇄와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융합해 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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