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물증 없는데…입다문 정부의 변명
최종수정 2017.03.20 11:11기사입력 2017.03.20 11:11 조슬기나 경제부 기자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아직 사드 배치가 수출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지만 경제사령탑은 속수무책이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항의는 커녕, 당장 가시화한 피해상황을 언급하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 교체기의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사드보복에 대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정부의 사드 배치 확정후 이달 8일 설치한 '대중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건수는 이날 기준으로 66개사 73건에 달했다. 통관지연을 비롯, 계약 보류ㆍ파기, 불매, 대금결제 거부, 행사취소 및 홍보금지 등이다. 한한령 등 문화ㆍ서비스 분야에 그치지 않고 무역분야에서도 보복이 본격화한 셈이다.

또 중국과 비즈니스 중인 콘텐츠ㆍ관광ㆍ소비재 기업 597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드 배치 결정 후 '현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56.2%)거나 '현재는 없으나 3개월 내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32.9%)는 응답률이 무려 89.1%로 집계됐다.
안근배 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사드배치 관련 중국의 경제조치가 업계의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단계까지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사령탑은 몇달째 대응방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가 지난 17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G20 회의를 마친 후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법적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 간에 얘기할 수는 없다"고 한 발언은 사드 보복에 대한 정부의 현 인식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증도 없고, 대책도 없는 셈이다. 유 부총리는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과의 회담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조만간 한중 통상장관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성사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주 장관은 지난 주에서야 처음으로 중국 사업비중이 높은 면세점, 여행업계 등과 직접 비공개 만남을 갖고 피해상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최근 중국의 보복조치가 민감한 외교문제와 얽혀 있고 공식 수단을 거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된 시점이 지난해 7월인데다, 이후 한국 제품의 통관지연, 공식 문서가 없는 한류 및 여행제한 지침, 관영 언론을 동원한 반한(反韓) 분위기 조성 등 보복성 조치가 연이어졌음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도 뾰족한 대책 하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인식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 업체가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큰데, 아직까지도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대책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애로센터 등에 신고하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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