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박근혜 게이트,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 축복"
최종수정 2017.03.20 16:09기사입력 2017.03.20 13:50 조은임 경제부 기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간
"국가주도 체제 옳지않아…무게중심 30~40대로 넘어가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자료:메디치미디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에 축복이다."

'리더십의 부재', '국격의 추락'…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두고 비관론이 터져나오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진단은 사뭇 다르다. 1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탄핵 수습 리더십'을 몸소 보여줬던 그의 말이기에 더욱 주목됐다. 당시 "경제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챙긴다"는 리더십을 나라 안팎에 보여줬던 그가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탄핵 정국 와중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도 이헌재 전 부총리는 고사해왔다.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 이사장을 맡아 시대적 과제를 연구하고는 있지만 이미 70대에 접어든 자신이 "어른의 입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자료:메디치미디어)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와의 대담을 묶은 이 책 역시 본래 출간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40대인 이원재 이사와 30대인 저자 황세원 희망제작소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과 함께 하며 젊은 세대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기득권으로 꽉 막힌 대한민국이 열린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무게중심이 어서 30∼40대에게로 넘어가야 한다"고 늘상 강조해왔다.

그가 현 상황을 '축복'이라고 언급한 것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걸로는 얻어낼 수 없다. '국가의 변화'로만 가능한 일이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전 부총리는 "모든 문제점이 다 노출되고 더 이상 감출 게 없을 때, 기득권도 더 지킬 게 없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을 맞이하게 됐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가의 일'에 대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경제상황 역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요인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소득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과 계층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불고 있지만 과거형 산업구조와 선단식 모델에 머물러 있는 한국에 도약의 기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그간 양적 성장에 비해 내실을 다지지 못했고, 질적 변화를 도모하지 못한 탓이다.

이 전부총리는 모든 것을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 특정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개별 기업과 개인들이 해야 할 일이며, 국가는 이를 위해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책에서는 국가, 각종 정책, 리더십 등으로 대한민국의 진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동력을 언급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04년 신용카드 사태를 진정시킨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외환위기가 왔던 1998년 기업, 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경제위기 국면마다 단호한 해법을 제시해 아직도 '경제교과서'로 불린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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