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문제설' 신격호, 법정서 "내가 만든 롯데…왜 기소했나"
최종수정 2017.03.20 17:01 기사입력 2017.03.20 16:22 오종탁 유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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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멀쩡해 보였지만 상황 파악 못해
재판정서 횡설수설하다 반강제적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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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족벌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96)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두 아들 등과 함께 20일 법정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 총수 일가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세 번째 부인 서미경(59)씨, 차남 신동빈(63) 롯데 회장, 장남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선 신 총괄회장의 혈색은 건강이상설이 무색하게 좋았다.

수행원이 끄는 휠체어에 탄 신 총괄회장은 가슴부터 발목까지 회색 담요를 덮었다. 손에는 붉은색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주위에 늘어선 취재진과 카메라들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신 총괄회장의 혐의는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등이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체 건강이 멀쩡해 보였지만 재판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부장판사가 "이 쪽을 보라"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듯 두리번거렸다. 이어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신 총괄회장은 얼버무릴 뿐이었다. 그는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는 귀띔을 받고도 기본 신상 정보를 말하지 못했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 측에서 (이 분이) 신 총괄회장이라는 데 대해 이의가 없으니 인증 신문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신 총괄회장 공소 사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계속 읊조렸다. 지켜보던 김 부장판사는 "여기까지만 하자. 신 총괄회장에 대한 변론을 분리하겠다"며 "모두진술까지 들은 뒤 증거 조사를 진행하고 절차 진행 관련해선 추후 의견을 달라"고 밝혔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공판 중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엔 (신 총괄회장이) 재판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일단 의견서까지 듣고 다음에 절차 중지 등 의견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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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롯데백화점 본점 확장 개관식에 참석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변호사의 진술이 이어진 뒤 김 부장판사가 "퇴정해도 된다"고 전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원 손에 이끌려 이동했다. 그 때 갑자기 신 총괄회장은 "나는 할 말이 있다. 어디 가느냐"고 소리쳤다. 주변인들이 "변호사들이 나중에 서면으로 하겠다고 한다" "여기는 법원이다"라며 상황을 설명해도 신 총괄회장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다시 자리로 돌아간 신 총괄회장은 차분히 변호사 설명을 들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사로부터 검찰이 횡령과 배임죄로 본인을 기소했다는 사실을 설명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 회사는 자기(내)가 만든 회사고 주식은 100%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떻게 자기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기소했느냐"고 일갈했다.

변호사는 쩔쩔 매며 "검찰에서 (기소를) 했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은 곧바로 "(검찰의) 책임자가 누구냐"며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뭐냐"고 소리쳤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나중에 설명해 줘라"며 "그 정도 말이면 퇴정해도 된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신 총괄회장은 할 말이 더 남은 듯 계속해서 입을 열었고 김 부장판사는 재차 "됐다.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신 총괄회장은 계속해서 말을 잇다 반강제적으로 재판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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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이 20일 재판정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법정 장면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설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들어올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법정을 나왔다. 표정은 처음보다 더욱 무겁고 침울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이달 중 롯데쇼핑 등기이사를 38년 만에 그만둔 뒤 150억원 넘는 퇴직금을 수령하게 된다. 안으로 경영권 분쟁, 밖으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신 총괄회장은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에 이어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도 줄줄이 내놓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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