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별명정치학③]유승민, 국민장인·유지진·'베드로 콤플렉스'까지

보수의 정치적 파산 이후, 새로운 대안 노리는 '비판적 보수'…그러나 '양돌당'의 고투

최종수정 2017.04.20 04:06 기사입력 2017.04.19 14:31 이상국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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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딛고 있는 정치 지형은 독특하다. 대한민국 정부 이래 이런 독특한 지형을 딛고 서 있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박근혜 전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규탄을 받고 원내대표직까지 내놨던, 원조 친박. 나쁜 정치에 대한 내부저항이었다면 좋은 정치라고 해야할텐데, 정권의 기반이었던 보수 전체가 떠밀려가는 상황에서 함께 조난을 당한 모양새가 되어 비교적 옹색한 지지율로 거대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묘한 입지의 그를 바라보는 심경은 저마다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8일 경기 김포 하성고등학교에서 1일 교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배신자. 이 예민한 대목은 13일 대선후보 토론에서도 등장했다. 보수 진영에서 날을 세우며 겨루고 있는 홍준표의 입을 통해서다. 홍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유승민후보는 박근혜 전대통령을 세 번 배신했습니다."
굳이 왜 세 번일까.예수를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 빗댔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 배신했다는 근거로 정책적 배신(우파 경제정책을 취하다가 강남좌파로 배신)·인간적 배신(박근혜 전대표 비서실장을 한 사람이 탄핵에 찬성함)·정치적 배신(새누리당을 버리고 바른정당을 창당)을 들었다. 정책적 배신의 경우는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이견이나 보수 주자로서 재벌개혁 등에 대해 보이는 집념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과연 배신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유승민의 응수를 보자. "홍준표 후보께서 '살인마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 한다'는 말씀하신 걸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선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의를 배반했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배신자 프레임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홍준표에게, 진짜 배신자는 헌재가 결정한 것처럼 '국민신의 배반자'인 박근혜 전대통령인데, 그의 뜻을 거스른 것이 어떻게 배신이냐는 논리로 받아친 것이다.

이쯤에서 유승민의 이력을 잠깐 들여다 보자.

1958년생으로 대구 출신이며 1976년 대입 예비고사에서 전국 차석을 했으며 이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위스콘신대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북 영주의 빈농으로 글씨를 잘 써서 양반집 비문 글씨를 써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부친 유수호는 법조인으로 1985년 민정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1년간 정치인으로 활동하다가 1996년 은퇴했다.

유승민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싱크탱크였던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발탁되어 정치 쪽으로 들어왔고 2004년 비례대표로 초선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연속해서 4선에 성공한 금배지가 되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이 됐고 10개월간 근무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때도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해 원조친박으로 꼽히게 됐다.

이후 박근혜 한나라 비대위원장 시절 '새누리당 당명 채택'을 놓고, 너무 종교적 냄새가 난다는 지적을 하며 반대하면서 서로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정책 공개비판으로 갈등을 키워오다가 국회법 개정안-의원 공천문제 등으로 극을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배신의 정치'란 말이 나오는 건 이 즈음이다.



유승민은 국회 국방위를 오래 맡아 '밀리터리 덕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외교통일위에서 잠깐 활동했는데, 한미 전작권 재협상을 대선공약 파기라고 말하며 당시 박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 '청와대 얼라들'이란 유승민 발언이 나온 건 이때다.그는 사드 배치에 관한 한, 일관된 찬성론자다.

그가 뜻밖에 얻게된 별명은 '유지진' '유스퀘이크(유+어스퀘이크)'다. 2016년 9월12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는데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미뤄졌다. 1주일 뒤 공교롭게 다시 4.5 지진이 경주에서 다시 발생해 약속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2017년 2월 16일 대선 예비주자 검증 인터뷰 때도 합천에서 2.9 지진이 일어났다. 이런 이유로 그는 본의 아니게 '지진을 부르는 사나이'가 됐다. JTBC는 2016년 12월21일 뉴스룸에 그를 불러 얘기를 나눴다. 그는 2017년 1월2일에도 이 자리에 출연했고 연이은 100분 토론 프로로 관심을 모아, 지진 때문에 뜻밖의 '기회'를 얻었으니 불운만은 아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연희 + 수지 + 혜리가 나타났다! 선거사무소에 등장한 딸 유담씨를 본 네티즌과 언론의 탄성이었다. 눈부신 미모 때문에, 유승민은 뜻밖의 주목을 받는다. '국민장인'이란 별칭도 얻게 되었다. 그의 동안이 새삼 조명되어 '유블리'라는 애칭도 갖게 된다. 유담효과로 유승민은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존재로 떠올랐지만 최근엔 '조부모가 준 손녀에게 준 용돈'이 2억이었다는 금수저 구설 때문에 서민 이미지를 구긴 점도 있다.



유승민이 정치역정을 거치면서 지니게된 약점은, '정체성' 문제가 아닐까 한다. 상임위 활동이나 TV토론에서 보여준 침착하면서도 똑부러진 정책적 식견과 소신은, '팩트폭격기'라는 말과 함께 타고난 우등생 이미지를 더욱 굳혀 왔지만, 아직은 거기까지일 뿐이다. 박근혜 파면 이후 갈피를 잃은 보수 가운데서 자신의 차별점과 철학을 드러내는 정치적 닉네임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현재로선 '양돌당(양쪽에서 돌 날아오는 당)'의 자리에서 고투를 해야하는 처지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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