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다시보기]가사노동은 여성의 천직?…성경 속 '이브'도 똑같이 일했다
최종수정 2017.04.19 13:45 기사입력 2017.04.19 13:45 이현우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0 스크랩
(사진=YTN PLUS '대선안드로메다' 방송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가사노동은 여자가 하는 일로 하늘이 정해놨다"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인가? 이 해묵은 질문에 대해 19세기 우생학(eugenics)자들이나 주장하던 남녀차별론을 그대로 되풀이 한 대선 후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다.

홍 후보는 18일 방송된 YTN PLUS '대선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설거지를 어떻게 해요. 나는 집에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집사람한테,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

홍 후보 개인이 성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사고는 흔히 전 근대적 사고방식이라 알려져있다. 가사노동이 여성의 전유물이자 하늘이 정한 이치라는 생각은 가부장제, 유교적 전통에 따라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 현대화,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사고방식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추수중인 이집트 고대벽화(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정말로 고대부터 여성은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남성이 바깥일을 담당하는 성역할이 구분돼있었을까? 실제로 그랬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일단 철저히 가부장제 문화의 영향 속에 태어난 성경(Bible) 속의 첫 번째 인간, 아담과 이브도 노동을 분리해서 했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에덴동산에서 둘이 맡은 역할은 동일하게 에덴동산 내 정원을 가꾸고, 경작하는 일이었다. 훗날 둘이 쫓겨날 때 형벌로서 이브가 출산의 고통을 안게 됐다는 내용은 있지만 신이 가사노동을 따로 이브에게 강요했다는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실제 역사에서도 가사노동만 전담했던 여성의 모습은 오히려 찾기 힘들다. 자작농, 소작농을 가리지 않고 농업에서 여성인력이 제외된 적은 없으며 중세 길드(guild)에서도 장인(master)을 받고 일한 직공들 중 절반 가량이 여성이었다. 대부분 남편과 함께 근무하며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편이 먼저 죽었을 경우 장인 직함을 계승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 여성 장인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단원 김홍도의 '자리짜기' 민속화 그림(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남성이 바깥일을 한다는 유교적 이상향은 외벌이가 가능한, 부유한 고위층 양반집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단원 김홍도의 '자리짜기'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박봉에 시달리는 하위 공무원 직급의 양반들은 퇴근 후에도 아내와 함께 열심히 일을 해야했다. 맞벌이는 예나 지금이나 서민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었던 것.

그렇기에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해야하는 일은 하늘이 정해준 일도 아니며 전통도 아니었던 셈이다. 일부 상류계층의 예외적 삶이 전체 여성의 삶처럼 알려지면서 나타난 착각일 뿐이다. 왜곡된 관점에서 벗어나 실제 역사 속 여성상을 다시 바라보면 이러한 착각이 우리사회 곳곳에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프리미엄 인기정보

리더스경제신문많이 본 뉴스더보기

  1. 1오늘의 운세 [띠별운세] - (9월 25일 월요일)
  2. 2“전원주택 까치울 전원마을”, 도심 속 욜로 라이프로 큰 인기
  3. 3부산시, 서부산권 복합산업유통단지 조성사업 협약
  4. 4(주)JK알에스티, 기술력 앞세워 국내 수배전반 시장 장악하다
  5. 5피아니스트 박정희, 피아노 리사이틀 ‘Emo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