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다시보기]'전략적 모호성'은 정치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다?

대선후보 TV토론회- 사드 배치 관련, 문재인 후보 발언 집중포화 맞았는데

최종수정 2017.04.20 09:17 기사입력 2017.04.20 09:17 이현우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0 스크랩
(사진=KBS 1TV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 방송 화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에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와 관련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란 단어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사드배치와 관련된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여타 후보들의 난타전이 이어졌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2017 대선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배치를 하겠다 했는데 5차 핵실험 때는 반대하더니 6차 때는 찬성한다는 것은 무슨 얘기냐"며 사드배치 관련 논란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문 후보는 "미국도 5차 때는 그냥 있다가 6차를 앞두고 칼빈슨호를 전진배치했다"며 "그만큼 상황이 더 긴박해진 것"이라고 맞받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질의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사진=KBS 1TV '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 방송 화면 캡쳐)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 발언에 대해 공세를 이어갔다. 심 후보는 "문 후보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말할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며 "전략적 모호성은 평론가의 언어이지 정치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가 "고도의 외교안보 사안에는 전략적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답하자 심 후보는 "주변국에 전략적 모호성은 이중플레이로 받아들여진다"며 "저는 문 후보가 이쪽 저쪽 눈치보기 외교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강대국의 먹잇감 되기에 제일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공세를 펼쳤다.
토론회에서 이처럼 난타전을 불러온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란 단어는 사실 한반도 사드배치와 관련해 지난 박근혜 정부가 2015년부터 밝혀왔던 외교전략이었다. 세부적으로는 '3NO'정책으로도 불린다. 이는 사드배치가 '요청도 없었고(no request), 협의도 없었고(no consultation), 결정된 바도 없다(no decision)'의 줄임말이다. 이처럼 입장을 모호하게 전개해 미국과 중국, 양자 모두에게 협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위험은 회피하기 위한 외교전략이다.

열강들 사이에 낀 약소국 입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지만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란 점에서 이미 박근혜 정부 때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결국 모호한 전략으로 양자 모두에게 오해를 사기도 쉽고, 실상 양 강대국 모두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역사 속에서 극단적인 전략적 모호성에 국가 신뢰도를 잃고 패망한 나라가 다름아닌 100년 전 한국이다. 청일전쟁 당시 국왕인 고종의 밀명에 따라 조선의 지방군은 평양에서 청나라군과 연합하고 중앙군은 일본군과 연합해 전투를 치렀다. 앞뒤가 다른 이러한 외교행태는 양자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어 러일전쟁 당시에도 대외 중립을 선언하면서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체결했고, 뒤이어 일본군이 서울로 들어오자 곧바로 한일 의정서를 체결하는 매우 애매모호한 외교를 펼쳤다. 이러한 대한제국의 외교행태로 인해 러일전쟁 당시 중립선언은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상황은 100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예상되고 미국은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에 전개시키겠다고 공표했으며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도 이어지고 있다. 역내 긴장감이 매우 높아진 상태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란 전략을 지속시키기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물론 전략적 신중함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전략적 모호성은 심 후보의 지적처럼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기도 그만큼 쉽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경제 플친 이벤트

프리미엄 인기정보

리더스경제신문많이 본 뉴스더보기

  1. 1부산은행, 롯데백 부산본점에 셀프뱅크 입점
  2. 2부산지역 소비자심리 3개월째 ‘낙관적’
  3. 3부산바다축제 내달 1일 개막…5개 해수욕장서 파티
  4. 4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부산교육센터 ‘사회복무요원 대상 심층응급처치교육 실시
  5. 5오늘의 운세 (7월 27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