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북카페]결혼·출산·육아·경력단절…30대女 인생 리포트
최종수정 2017.04.21 10:04 기사입력 2017.04.21 09:49 장인서 문화레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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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의 현실 옮겨놓은 듯한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30대 여성 독자들 공감 얻으며 눈길
공지영의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등
여성주의 담은 소설·시집들 대세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표지사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김지영씨가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출산기 전후로 현저히 낮아지는데, 20~29세 여성의 63.8퍼센트가 경제활동에 참가하다가 30~39세에는 58퍼센트로 하락하고, 40대부터 다시 66.7퍼센트로 증가한다."

2017년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 문장은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146쪽에 등장한다. '경제뉴스 아니야?'라고 물을 만큼 지극히 사실적인 정보들과 경험들. 공지영의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처럼 저자의 이야기인 듯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여성의 삶과 일상을 다룬 여성주의(女性主義) 문학작품들이 서점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4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5위에 오른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작인 강화길의 '호수―다른 사람'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표현한 심리소설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ㆍYES24ㆍ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팀 기자들의 평점을 가산,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이기주 에세이 '언어의 온도'가 20일 현재 1위,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이 2위에 올랐다. 경제ㆍ경영서로 유일하게 순위에 오른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6위)'을 제외하곤 소설(4권)ㆍ인문(3권) 장르의 인기가 높았고, 에세이ㆍ어린이ㆍ자기계발 서적이 각각 한 권씩 10위 안에 들었다.
조남주 작가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후 30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호평받고 있다. 여성주의 또는 페미니즘(feminism) 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여성 억압의 사회현상과 근본요인, 주체로서의 심리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궁극의 목표로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 역시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에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평범한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소설은 주인공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전개된다. 김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 일상을 재현한다. 저자는 김씨의 고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증거 삼아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그녀들'이 겪는 성차별적 요소를 폭로한다.

1982년생, 올해 서른여섯 살인 주인공을 다루고 있는 소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여성들로 하여금 연대와 위로를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경험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실제 사례들을 수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자 조남주는 주인공 김씨보다 4년 앞선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4년 말 불거진 '맘충이(Mom과 '벌레 충(蟲)'의 합성어, 몰상식한 엄마를 비하하는 말)' 사건을 목격하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

공지영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표지사진. 같은 기간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82년생 김지영의 성연령별 구매비중을 살펴보면 여성(78.1%)이 남성(21.9%)보다 3.6배 높고, 여성 중에는 30대(38.9%), 20대(26.7%), 40대(8.8%) 순으로 점유율이 높았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역시 여성 독자 점유율이 69.9%로 남성(30.1%)의 2.3배가량 높았고, 30대와 40대 여성의 점유율이 각각 27.5%, 21.7%를 차지했다.

여성주의 문학작품의 인기는 도서를 구매하는 주요 독자층이 20~40대라는 점,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독자층의 더 탄탄해지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같은 기간 YES24 도서 전체 성연령대별 구매비중에 따르면 30대 독자와 40대 독자가 각각 44.9%(여 27.8%ㆍ남 17.0%), 31.8%(여 23.2%ㆍ남 8.7%)를 차지했다. 교보문고에서는 40대 독자가 전체의 30.5%로 가장 많았고, 30대 독자가 28.3%로 뒤를 이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오른 수치다. 구환회 인터넷교보문고 소설담당 상품기획자(MD)는 "소설 외에 에세이 분야에서도 비혼주의나 여성의 자유로운 결혼생활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책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은유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 올해 1월 출간된 임경선의 '자유로울 것(예담)' 등 국내 작가의 작품들과 개인의 주체적 삶을 강조한 사카이 준코, 사노 요코, 소노 아야코 등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난달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문학과지성사)'을 낸 임솔아를 비롯해 강지혜, 이혜미 등 여성 시인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김도훈 YES24 문학담당 MD는 "최근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가 화제가 됐다. 이런 이슈와 더불어 앞으로도 여성주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 꾸준히 출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계기준: 각사 판매량 순위+본지 문화팀 평점 가산>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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