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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인류 DNA에 담긴 '협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아시아경제 오상도 차장] 영화 '가타카'(2007년)에 등장하는 미래 인류는 유전자(DNA)에 따라 계층이 결정된다. 자연적으로 잉태되는 하류 계층은 잉태되기 전 유전자 조작을 거쳐 선별된 상류 계층과 구분된다. 진학이나 입사 때도 DNA 검사를 거쳐 자격이 주어질 정도다.


이 같은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 주인공은 미국인 제임스 왓슨과 영국인 동료 프랜시스 크릭이었다. 1953년 '네이처'에 발표한 한 쪽짜리 논문은 9년 뒤 두 사람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겼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최초의 글이다. 이후 DNA 연구는 진보를 거듭했고, 왓슨은 인류의 유전자 지도를 그린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가 됐다.

그런데 왓슨은 지독한 차별주의자였다. "피부색이 짙을수록 성욕이 강하다"는 흑인 비하 발언으로 악명이 높았다. 유전자 개조를 주장해 '히틀러'란 별명까지 얻었다.


2007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흑인의 지능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전제는 틀렸다"고 말해 결국 사회로부터 매장당했다.

DNA를 들먹인 이유는 티끌만 한 차이에 유난히 집착해온 인류의 역사 탓이다. 좁은 한반도에선 지금도 지역과 세대, 정파에 따라 편이 갈린다. 지난 대선에서 막바지 선거판을 뒤흔든 건, 후보의 공약이나 자질이 아닌 이른바 '동남풍'이었다. 지역과 정파를 뜻하는 영남권ㆍ보수층의 결집을 이른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어느 때보다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탄핵ㆍ대선 정국을 거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때문이다.


협치는 가능할까.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원내 5당 원내대표가 갖는 첫 오찬회동은 이를 가늠할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일부 야당에선 문 대통령의 행보가 협치와 거리가 멀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새 정부에서 협치는 대통령이나 여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또 야당 인사를 데려다 단순히 입각을 시키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성공 여부에 따라 경제 성장이나 사회 안정이 가능한 전제조건인 셈이다.


협치에 대한 답은 이미 인류학자들이 내놓은 듯하다. 이들은 "인간이 지구의 정복자가 된 원동력은 바로 공동체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DNA에는 협치의 본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우리의 DNA에 이기적 본능 못잖게 집단 선택을 통한 이타적 본능이 담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도 현생 인류가 자신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도 셌던 네안데르탈인을 이긴 이유를 '사회성'과 '다양성'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정교한 언어를 사용했고 협업과 교역, 지식의 축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DNA를 가졌다는 건 빨간색 피와 뜨거운 감정을 지닌 존귀한 생명체라는 뜻이요, 협업과 협치가 가능한 존재라는 의미다.



오상도 정치부 차장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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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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