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몽니]'晩會 고발'에 한국기업 없었다…롯데 '안도의 한숨'

저녁 11시까지 방송 지켜보며 상황 대비
완후이, 나이키 허위광고·일본 식품 원산지 문제 등 다뤄

관영 중국중앙(CC)TV가 15일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2시간 동안 '인터넷 신뢰, 근심 없는 소비'를 주제로 방영한 '3·15 완후이(晩會)'에서 수입이 금지된 지역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사실이 적발된 일본산 식품.<사진=CCTV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 관영 방송사가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편성한 고발 프로그램이 한국기업을 다루지 않으면서, 피해를 우려했던 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이 롯데그룹 등 한국기업을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방송을 통한 보복은 없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5일 저녁 8시(현지시간)부터 2시간 동안 '인터넷 신뢰, 근심 없는 소비'를 주제로 '3·15 완후이(晩會)'를 방영했다. 지난 1991년부터 CCTV와 정부 부처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 주관한 3·15 완후이는 매년 3월15일에 방영하는 중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다. 매년 제작진은 중국 내 불특정 다수 기업을 비밀리에 취재해 기업의 불법 행위나 제품 품질 문제 등을 대중에게 고발해 왔다.

이날 3·15 완후이 프로그램에서는 중국 기업의 소비자 기만 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외국 기업 및 제품과 관련해서는 나이키의 허위 광고와 소비자 보상 규정, 일본의 방사능 오염 지역 식품 원산지 허위 기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중국의 인터넷 검색 엔진을 악용한 의약품 허위·과장 광고, 무자격 의료 업체의 학생 신체검사를 통한 불법 정보 수집 및 시력 보호 상품 강매, 불량 LED 감별, 독소가 든 동물 사료, 무자격 산모 조리사 횡행, 스마트폰 공공장소 충전기 해킹 위험, 노인 상대 건강보조식품 판매 사기 등을 집중 폭로했다.

롯데그룹 및 현지에 진출한 각 계열사 관계자들은 한국시간으로 저녁 11시까지 이어진 프로그램이 종영될 때 까지 방송을 지켜보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반한(反韓), 반 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마트 등 현지 진출 기업에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수십여개 매장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쇼핑몰 건설 사업을 중단시킨 중국 정부가 이번엔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사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롯데마트에 대한 소방점검 및 영업정지 처분은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공사 중단 요구를 받은 선양 롯데타운 건설현장도 공사를 재개하지 못했다. 온·오프라인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롯데 불매운동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모든 문제가 사드 탓은 아니겠지만 양국 관계의 문제로 현지 사업에 조심스러운 부분은 존재한다"면서 "일단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를 살피고 정부의 대응책 발표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