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공룡의 침묵
최종수정 2017.04.21 08:52 기사입력 2017.04.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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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쥐라기 공원(Jurassic Park)'은 1993년에 나온 미국 영화다. 마이클 크라이튼이 쓴 소설이 원작이다. 코스타리카 서해안에 있는 어느 섬에 최신 기술로 복원한 공룡들을 풀어놓은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공룡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일반 공개를 앞두고 정밀 점검에 나선다. 최첨단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자 공룡들이 통제를 벗어나 날뛰고, 전문가 일행은 공룡에 쫓겨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공룡은 멸종해버린 동물이다. 약 2억5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까지를 전성기로 본다. 인류의 기원을 약 250만 년 전에 살았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보아도 인간과 공룡이 마주칠 일은 전혀 없었다.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에야 나타났으니 말해 무엇 하리. 그러나 다른 주장도 있다.

'창조과학'이란 성경의 창조론을 과학적 사실로 믿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신앙운동이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젊은 지구 창조론'. 성경(창세기)을 근거로 우주가 6000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엿새에 걸쳐 창조됐다고 한다. 둘째 '오랜 지구 창조론'. 신이 긴 시간에 걸쳐 생명체들을 창조했다는 주장이다. 창세기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지질학적 연대기라는 것이다. 셋째 '지적설계론'. 우주와 생물을 '지적 존재'가 설계ㆍ제작했다는 주장이다.

창조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공룡과 함께 살았을 수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욥기 40장 16~18절)에서 공룡을 본다. "저 억센 허리를 보아라. 뱃가죽에서 뻗치는 저 힘을 보아라. 송백처럼 뻗은 저 꼬리, 힘줄이 얽혀 터질 듯한 저 굵은 다리를 보아라. 청동관 같은 뼈대, 무쇠 빗장 같은 저 갈비뼈를 보아라." 성경에 '베헤못'으로 나오는 이 풀 뜯어 먹는 동물이 공룡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원형심리나 집단무의식 차원에서 공룡을 용(龍)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와 통한다. 용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강력한 존재로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존엄하고 상서로운 존재인 반면 서양에서는 악의 결정체로서 타도 대상이라는 점만 다르다. 공룡과 함께 지내며 생명을 위협받은 고대 인류의 공포가 현대로 이어져 용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이 포효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보았다. 정말 그랬을지는 모른다. 공룡은 파충류로서 뱀이나 도마뱀, 악어, 거북 따위가 그 떨거지다. 이들 가운데 어떤 놈도 고함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나는 공룡의 멸종 원인이 화산폭발이나 행성충돌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그들의 침묵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 이해의 단절은 곧 고립과 개개의 소멸로 이어진다. 침묵이 진실로 금(金)인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목은 생명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혈관, 숨관, 식도, 신경 등이 통과한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도 목을 거쳐 온몸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신체기관은 목울대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울려 만든 소리로 생각을 신호(언어)로 전환해 무리에 전함으로써 지적 동물로서 신이 베푼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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