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와인 없는 '심포지엄' 그리스선 상상도 못했다
최종수정 2017.05.19 11:12 기사입력 2017.05.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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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빨리 와인 잔을 가져 오라. 내 그것으로 마음을 적시고 현명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리라. - 아리스토파네스(Aristopanesㆍ그리스 시인)

심포지엄(Symposium)은 기원전 9세기부터 고대 그리스의 중요한 사회적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덕망 있는 가문의 사람들이 유명 인사를 초청해 토론하면서 주연을 베푸는 자리였다. 플라톤은 와인을 인간이 만든 가장 이지적인 음료라면서,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의 교육적인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흔히 '향연'이라고 번역되는 이 심포지엄은 그리스어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말로 '함께 마신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심포지엄은 육상대회 우승자나 연극의 성공 등을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됐으며, 이 자리에 소개된 젊은 청년들이 귀족사회에 입문하는 코스이기도 했다. 원래는 여러 명이 의자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로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이었지만, 위트와 시 또는 재치 있는 화술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도 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와 같이 당시 유명한 사람들은 이런 심포지엄에 자주 초대가 됐다. 참석자는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단장을 하고 호화스럽게 꾸며진 방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밤새도록 토론했다. 공간 때문에 토론 참석자는 7~9명으로 제한했으며, 전체 인원은 14~27명이었다. 단 젊은이는 기대어 있지 못하고 똑바로 앉아야 했다.
음식과 와인이 나오고, 게임, 노래, 플루트 부는 소녀나 소년, 연극하는 노예 등 유흥도 준비됐다. 참석자는 사랑이나 남녀의 차이 등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했고, 주최자가 와인을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심도 있는 토론이 되기도 하고 단순한 관능적인 유희의 자리로 변하기도 했다.

음식으로는 치즈, 양파, 올리브, 무화과, 마늘 등에 한입 크기의 고기도 준비됐으며, 후식으로 포도나 꿀로 만든 단 음식도 나왔다. 그리고 이 모든 음식은 물과 혼합한 와인으로 마무리했는데, 당시 와인은 가죽주머니나 항아리에서 숙성돼 산도가 높았고 알코올도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물을 섞으면 쓴맛과 신맛이 줄어들어 좀 더 부드러운 맛을 지니게 된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습관적으로 와인에 물을 섞어서 마셨다. 심지어는 와인을 그대로 마시면 야만인으로 간주됐다. 그리스와 로마의 심포지엄이 다른 것은 로마 심포지엄은 와인이 먼저 나왔고 음식이 나온 후 여자들이 합류할 수 있었지만, 그리스 심포지엄은 식사 후에 와인이 나왔으며 여자들은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모와 지성을 갖추고 손님과 대화가 가능한 고급 매춘부나 행사에 고용돼 흥을 돋우는 여자, 참석자의 배우자는 허용됐고, 이들은 모두 손님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교양을 갖춰야 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심포지엄은 특정한 의제에 관해 토의할 때, 다른 입장과 각도에서 여러 명의 전문가를 선발해 참가자가 자기 견해를 발표하고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전체토론회(질의와 응답이 주가 됨)로 이행하는 형식을 취한다. 원래 의미의 심포지엄이라면 와인을 함께 마시면서 토의를 해야 하지만 현대의 심포지엄은 떠들기만 하고 유흥이나 와인 마시는 일도 없이 그 이름만 남아있게 됐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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