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김동선과 김동선, 국민과 대통령
최종수정 2017.03.20 10:58 기사입력 2017.03.20 10:57 김동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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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얼~ 실검 3위! 아빠 축하해."

이젠 머리깨나 컸다고 평상시 좀처럼 연락을 하지 않던 딸아이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제 그런 건 배웠는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화면을 캡처하고 아빠이름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까지 친 사진도 동봉해 놓았다. 딸은 'ㅋㅋ'라는 멘트도 빼먹지 않았다.

"아빠가 그런 사람이야. 아까는 1위였어 ㅋ"라고 답변을 하면서도 모처럼 딸에게서 온 메시지가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침 나절부터 지인들로부터 온갖 축하(?) 메시지에 시달린 때문이었다.

그날 아침 한참 오전 일과를 마무리할 즈음 한 지인이 "왜 그랬어"라며 '한화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술집 난동 입건'이라는 기사를 보내온 것을 시작으로 문자며 카카오톡 메시지가 답지했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씨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비난 아닌 비난, 축하 아닌 축하가 쇄도한 것이다. 김씨는 간밤에 한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주점 종업원을 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순찰차에서까지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이런 축하 메시지는 최근 그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날도 이어졌다. "이제 좀 착하게 살길", "석방 기념으로 오늘 점심땐 두부요리를~" 따위의 메시지를 김씨 대신 받았던 것이다.

단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 핑계로 지인들과 간만에 연락을 주고받았으니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지인들과 '우주의 기운'이 모인 날을 하루 잡아 회포를 풀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안하무인이 공적 영역으로까지 확장한 버전을 우리는 목도했다. 주권자인 국민을 '졸(卒)'로 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한 복판에서 국민 주권은 난타 당했다.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예의 그 환한 미소로 지지자들에 손을 흔들면 자택으로 들어갔다. 최소한의 사과나 입장 표명을 본인 입으로 하지도 않았다. 대신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입을 통해 '헌재 불복'을 시사했다. 많은 국민들이 멘탈이 탈탈 털리는 것과 달리 가히 '멘탈 갑'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이 내일(21일) 검찰에 나온다. 검찰과 특검의 수 차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오려는가 보다.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 지가 그래서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은 자택 앞을 지키고 있는 몇몇이 아니라 이 장면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일 것이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독선과 아집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계기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성찰의 해법은 간단하다. 존경받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 신임받고 싶다면 먼저 믿어야 한다. 오해 받고 싶지 않다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 사람을 위해 다른 모든 사람이 맞추는 게 나은지, 다른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이 바뀌는 게 나은지는 자명하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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