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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탐욕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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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사람들은 자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경제적 가치가 없으면 마구 파괴해 버린다. 이러다가는 배당금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태양과 별까지 따 버릴지 모르겠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자족국가론'에서 언급한 인간의 탐욕.


이어지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유명한 비평가이자 사회 사상가였던 존 러스킨의 비유는 이렇다. 금 200파운드를 싣고 항해하던 사람이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어렵게 얻은 금을 챙겨 자기 몸에 묶은 후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로 뛰어들자 금의 무게가 그를 바다 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사람에 대해 러스킨은 질문 하나를 던진다. "이 사람이 금을 소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금이 이 사람을 소유하고 있는가."

하나는 탐욕적 인간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인간의 최후다. 물신성에 대한 비판을 시도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담론이다.


만개했던 벚꽃이 질 무렵.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일하는 30대 중반의 실무자를 만났다. 사는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속한 회사 상황을 물으니 "최대주주는 물론 임원들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일에 매진하기 보다는 회사 주가를 매일 확인하면서 본인 돈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술잔을 기울이는 내내 그의 불만은 이어졌다. 임원들이 그토록 오르기를 원하는 주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웬만한 호재에도 요지부동. 그래서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잦아졌고,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그간 사명을 수차례 바꿔가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주력사업을 상실한 채 5년째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자(他者)의 희생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부(富)를 축적하는 사례를 적잖이 목격한다. 오너, 최고경영자(CEO)라고 불리는 그들은 예외 없이 물신성에 빠진 채 합법과 불법 사이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여왔다. 작동원리는 철학, 도덕성, 상식이 부재한 금전적 권력관계에 기초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상에서 스스로를 혁신적인 사업가, 투자가 또는 기업인라고 칭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사적 이득을 공동체 가치와 다원화 가치에 앞세운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개념을 정립한 미시 파시즘(fascism)의 모습에 가깝다.


그리고 바닥에 내쳐진 근로 또는 노동의 가치. 회사와 맺은 계약은 분명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금전적 대가에 한 해 성립하지만, 실상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인신을 구속하고 많은 경우 사사롭다. 서서히 조직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 치명상은 '열심히 살았으나 무엇을 했는지 모른채' 밥벌이 해온 근로자들이 입는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구조조정은 대한해운으로 대표되는 해운업, 대우조선해양이 포함된 조선업에 이어 중공업, 건설업 등으로 확대일로다. 수년째 적자상태인 크고 작은 한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됐고 또 퇴출될 예정이다. 공멸(共滅)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리보전에 몰입하고 사적 재산과 네트워크를 불리기 위해 공적인 조직을 적극 이용해온 최고책임자들의 탐욕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근로자들이 더욱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사람을 소유한 금은 가치를 전복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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