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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대우조선, ‘상폐’ 발등의 불은 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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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데쟈뷔(deja vu)' . 첫 경험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뜻이다.


28일 오후3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상장 폐지 여부를 심의하는 기업심사위원회가 그랬다. 처음 열린 대우조선해양 상폐 심사 자리였지만 왠지 전에도 본 듯 느껴졌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1년 중국 고섬이 떠올랐다.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 고섬은 2011년 1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 2개월 만에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거래가 정지됐다.


그리고 10여개월 후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그 뒤로 고섬은 한국 증시에서 '차이나 리스크',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 증시에서 상폐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고섬이 주홍글씨처럼 뒤따랐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고섬과 가는 길이 조금 달라졌다. 분식회계라는 혐의점은 같지만 고섬은 상폐,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살아남았다.


한국거래소는 28일 대우조선해양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한 끝에 내년 9월28일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한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는 대우조선해양에 조건부 면죄부를 준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위법 행위는 엄벌해야 하지만 시장의 충격과 10만8000여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사위에 참석한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읍소한 것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 문제와 시장에 미칠 충격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상폐가 문제가 아니다. 회사가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 상폐 위기의 원인이 된 회계처리 기준 위반과 임원의 횡령ㆍ배임 사건이 재발하면 상폐 위기는 또 올 수 있다. 2011년 고섬의 '데쟈뷔'가 다시 떠오르지 않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뿐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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