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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적폐는 '4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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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오는 5월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키워드중 하나는 '적폐 청산'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정치권도 국민들의 바람을 담아 하나같이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후보들마다 생각하는 '적폐'는 모두 다른 것 같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연일 적폐 청산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적페 청산 특별 조사 위원회를 설치해 국정 농단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정 수익을 조사하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환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맞서 같은 당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분법적 진리관이 적폐 청산의 1호 대상"이라며 문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승민, 홍준표 등 보수 진영에서는 '좌파'를 청산해야할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작 국민들은 적폐 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를 근절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전반의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하고 국민 모두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적폐를 청산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다. 이 자체가 적폐가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몰고 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인들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특정 개인과 이해 관계에 있는 재단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총수들은 "VIP 지시사항"이라는 안종범 청와대 수석의 말에 꼼짝도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영문도 모른 채 "왜 승마지원이 늦어지느냐"는 대통령의 다그침을 들어야 했다.


구태 정치에 의해 빚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유탄은 기업이 맞고 있다. 이미 삼성그룹은 5명의 경영진이 피의자로 입건됐으며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삼성은 정상적인 대관 업무마저 손을 놓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으로부터 무차별 보복을 당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처지는 안타깝기만 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정부가 민간 기업에 땅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정부에 반대할 사치를 누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었음을 하소연했다. 롯데가 뭇매를 맞고 있는 사이 정작 정치인들과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우리 정치인은 4류 수준, 관료 행정은 3류 수준, 기업은 2류 수준이다." 1995년 4월 13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간의 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이 발언 이후 삼성은 정치권에 진위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지만 우리 사회 수준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회장의 '베이징 발언' 이후 22년이 지났다. 2류였던 기업은 각고의 노력으로 초일류로 거듭났으나 '4류 정치'는 무엇이 변했는가.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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