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혔을 때 1초가 1분”…‘홍대 머리채’ 사건 피해자 ‘공황장애’로 쓰러지기도
최종수정 2017.11.15 11:16기사입력 2017.11.15 11:13 최형진 이슈팀 기자문수빈 이슈팀 기자
6월18일 홍대 버스킹 공연 중 피해자 A씨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임병두 씨/사진=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최형진 기자, 문수빈 기자] “버스킹을 보다가 머리채를 잡혔을 때 정신이 없었어요…전원이 꺼졌다가 다시 켜진 느낌, 1초가 1분 같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저에게 집중된 상황이었어요. 제 몸을 함부로 만진 것도 그렇고, 두려웠고 민망하고 수치스러웠어요”

14일 ‘아시아경제’가 만난 일명 ‘홍대 머리채’사건의 피해자 A씨는 그날의 악몽을 힘겹게 토로했다.

‘홍대 머리채’ 사건이란 지난 6월18일 홍익대학교 앞 버스킹 공연 댄스팀 하람꾼의 임병두 씨가 당시 공연을 관람하던 여성 A씨의 머리채를 갑자기 강제로 잡고 수 회를 흔든 사건을 말한다. 사건이 벌어질 당시 현장에서는 공연을 관람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목격해 피해자는 수치심은 물론 평소 앓고 있던 ‘공황장애’가 악화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힘들어요, 병원에 다니고 있고 바깥에 나갈 때 약이 없으면 나가지 못해요, 호흡 곤란으로 쓰러진 적도 있어요” A씨는 말을 이어가면서 두 손을 모으는가 하면 인터뷰 내내 굳어있는 표정으로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사건이 벌어지던 순간에 대해 “잠깐 핸드폰 본 사이에 눈앞까지 와서 임병두 씨가 머리채를 잡았다”며 “작년에 빈혈 때문에 쓰러진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랑 비슷했다. 전원이 꺼졌다가 다시 들어온 기분이었다. 거부 의사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한테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상황을 빠져나갈 생각밖에 안 들었다. 민망하고 수치스러웠다”며 “당시 저는 1초가 1분 같았는데, 영상을 보고 제가 짧은 시간 동안 머리채 잡힌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12일 한 네티즌이 트위터를 통해 '홍대 머리채' 사건 영상을 게시했다. 사진 속 여성은 또 다른 피해자/사진=트위터 캡쳐


A씨의 ‘머리채’가 임씨 손에 강제로 잡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지난 12일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라오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공연 내 허용범위를 넘은 폭력”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비판했다.

A씨는 가해자인 임씨에 대해 “그분께서 ‘피해 여성분을 얼굴이 알려지면 어떻게 길거리 돌아다니려고 일을 크게 벌이냐’라고 말했다, 저는 그걸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라며 “피해자인 내가 숨어서 다녀야 하는 거구나. 한국 사회가 이렇구나. 아직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임씨의 안일한 사과 태도에 A씨는 “현재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임씨에 대한 고소를 진행할 생각”이라며 “임씨가 폭행죄로 입건이 될 시,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도 고려 중이다”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14일 '홍대 버스킹 머리채' 사건 후 여전히 타 버스킹은 진행되고 있다.사진=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홍대 버스킹 현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당시 사건에 대해 선명히 기억했다. 이날 오후 7시께 만난 안다은(18·가명) 양은 “무례한 일이다. 제가 당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기분이 엄청 나빴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여자라서 그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힘이 센 남자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홍(22) 씨는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례한 행동이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당해도 좋지 않은 행동이다”라며 “길거리 문화다보니까 참여하는 일은 빈번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씨는 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에게 어떤 행위를 했던 당사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자신의 잘못이고, 죄송하다”며 “열심히 버스킹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제가 버스킹 문화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줘서 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다”며 사과했다. 이어 이날 오후 10시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사진=아바타 TV 임병재 씨 사과 방송 채팅창 캡처/사진=아시아경제DB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또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사과 방송을 지켜보던 한 네티즌들은 “메갈한테는 사과하지 말자”, “영상 찍을 시간에 불만 있으면 그 당시에 말하지 찌질하게 말도 못 하고 일 벌이는 것도 참” 등의 피해자에 대한 악플이 쏟아냈다.


최형진 기자 rpg456655@asiae.co.kr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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