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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모습은 남성만?'…성 고정관념 조장하는 공공기관 SNS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9초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은 대부분 '남성'…'여성'은 남성의존적으로
공공기관들 그릇된 성 고정관념 부추기는 SNS 홍보물 다수

'술 취한 모습은 남성만?'…성 고정관념 조장하는 공공기관 SNS 7일 보건복지부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알코올 멈추면 시작됩니다’ 홍보물에서 남성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술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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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성평등 확산에 앞장서야 할 정부기관들이 그릇된 성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의 홍보물과 콘텐츠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의 페이스북에는 '알코올 멈추면 시작됩니다'라는 홍보물이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물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남성 캐릭터가 부하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게시물을 통해 회식자리에서 상사들의 음주 강요로 직원들이 고통 받고 있음을 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취지와는 달리 일부에선 홍보물의 표현 방식이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음주강요 등 술과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남성의 모습으로 표현돼 성별에 따른 편견을 강화 한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강모(34)씨는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술을 강요하는 여자 상사들도 많다"며 "술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는 모두 남성으로 표현하는 것은 성차별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외에도 음주와 관련한 공공기관 홍보물들은 대부분 남성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여성에 대해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공공기관 콘텐츠도 적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일부터 페이스북에 올바른 콘택트렌즈 사용법에 대한 내용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렌즈의 부작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렌즈를 사용하는 모습을 모두 여성 캐릭터로 표현했다. 반면, 안과 전문의, 렌즈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을 전달하는 역할은 모두 남성 캐릭터로 표현했다. 이 밖의 많은 게시물에서도 환자는 여성으로, 의사는 남성으로만 표현한 사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술 취한 모습은 남성만?'…성 고정관념 조장하는 공공기관 SNS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홍보물에서 콘택트렌즈의 잘못된 사용 사례엔 모두 여성 캐릭터를 사용한 반면, 안과 전문의 등 조언을 하는 역할은 모두 남성 캐릭터로 표현했다.


여성가족부는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성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공공기관의 홍보물에 대해 개선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쉽게 근절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여가부는 지난 8월 20개 공공기관의 페이스북에 올해 4~5월 두 달간 게시된 1261건의 홍보동영상과 이미지에 대해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해 12개 기관의 17개 홍보물에 문제점을 발견해 해당 기관에 개선권고 한 바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각종 홍보물들에서 계속해서 성 역할에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발견되는 것은 내부 검증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라며 "성평등 확산이란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들은 더욱 신경 써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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