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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낭인 없애려고 만든 로스쿨, ‘변시낭인·변포자’ 오히려 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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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생협의회 "로스쿨 진학 인재들 중 절반, 법조인 꿈 이룰 수 없는 구조"

고시낭인 없애려고 만든 로스쿨, ‘변시낭인·변포자’ 오히려 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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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사법고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오히려 또다른 낭인을 대량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50%대로 반토막 나면서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법조인이 되지 못한 이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 치러진 제 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로스쿨 도입 이후 최초로 합격률이 50%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매년 응시 인원은 늘고 있는데 합격정원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합격한 인원들이 다음 회차로 재수, 삼수를 하게 되면서 인원이 누적되고 매년 응시자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이번 변시는 3240명이 응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 1회 변시에 1665명이 응시한 것과 비교하면 응시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반해 합격정원은 매년 1400~16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1회 변시 합격률은 87.15%에 달했는데 6회 합격률은 51.45%까지 떨어졌다. 대신 점수 커트라인은 만점 1660점 기준 1회 때 720점대, 6회 때는 889점대로 합격선은 5년 만에 169점이나 높아졌다. 즉 1회 때는 낮은 점수로도 합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아도 합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국 25개 로스쿨에서는 변시 합격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국가적인 인력낭비를 막자는 로스쿨 취지와 현재 변시 합격기준이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한 변시 합격 기준은 응시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과 기존 변시 합격자 수만을 고려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다양한 영역의 법조인력을 양성하자던 기존 취지와 달리 낮은 합격률로 로스쿨 진학 인재들 중 절반이 법조인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는 것.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이어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는 점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고시처럼 낙방을 하고도 계속 시험에 응시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제한선을 둔 것인데,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을 ‘변포자(변호사 되기를 포기한 자)’로 만들기도 한다. 로스쿨에 진학하고 3년, 졸업 이후에는 5번의 기회가 주어지고도 낙방한 사람들이다. 총 8년을 변호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수천만원의 학비를 들여 공부했지만 남은 것은 로스쿨 졸업장 뿐이다.


한편 법조계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변시 합격률 상향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미 법률시장이 포화상태고, 특히 로스쿨 출범 이후 변호사가 시장에 과잉공급된 상태라 변호사들이 수임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변시 합격기준을 강화해 합격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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