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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밖에서’ 옷 벗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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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알몸남’ 구속영장 기각…처벌 가벼워 SNS 바바리맨, 온라인상에서 활개
노출증, 남근기 때 ‘거세 불안’ 공포서 기인하기도…2년새 공연음란 적발 53% ‘증가’

그 남자가 ‘밖에서’ 옷 벗는 이유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계기로 야외노출과 바바리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해마다 공연음란죄 발생 건수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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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 2001년 9월 말 미국 마이애미 도심가를 나체로 질주하던 고령의 여성이 외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녀는 자신을 글로리아 헤밍웨이라 소개한 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부친이라고 밝혔다. 신원조회 결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글로리아라는 딸은 없었다. 경찰은 여성을 치매 노인으로 결론짓고 재판에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밝혀진 그녀의 정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셋째아들이었으나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전직 의사 그레고리 헤밍웨이였다.

최근 불거진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계기로 야외노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출증의 심각성과 법적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바리맨’으로 통용되는 노출증 환자를 두고 의학계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켜 성적 흥분을 강하게 일으키는 공상 또는 성적 충동을 얻고 성적 행동을 하는 반복적 성도착증의 하나’로 그 증상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신과 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은 6개월 이상 노출 행위가 지속되는 사람·노출 행위에 대한 환상과 쾌감으로 일삼 생활 및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학계에선 노출증을 성도착증 중 하나로 규정하고, 그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평소 이성을 대함에 있어 수줍음 또는 열등의식이 있어 고등교육을 받고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더라도 성적 역할에 미숙한 경우, 둘째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역반응 적 행위, 셋째는 사회병질적 성격장애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학교와 직장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우이다.


그 남자가 ‘밖에서’ 옷 벗는 이유 아버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오른쪽)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아들 그레고리 헤밍웨이(왼쪽)의 모습. 사진 = wikimedia


노출증의 원인은 아버지에게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영향 커


전문가들조차 성도착 장애의 원인 규명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다수의 임상 경험에 의거해 성장기를 지나치게 억압적 환경에서 보냈거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남성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갖는 성적 애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특히 노출증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상태에서 거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이라 분석한 뒤 이들 환자에 대해서는 자신의 성기를 타인에게 보여줌으로 자신이 거세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과 동시에 이성을 정복했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알려지지 않은 삶에 대한 책 『헤밍웨이의 배』를 쓴 작가 폴 헨드릭슨은 그의 셋째아들 그레고리 헤밍웨이의 성전환과 노출증에 대해 “나는 헤밍웨이의 막내아들인 지지(그레고리의 애칭)가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가 느꼈던 고통스러운 성적 모호함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믿는다”며 그를 두둔했는데, 실제 8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에게서 버려진 그는 아버지를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냉소로 일관한 부친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고, 대중에게 마초의 전형으로 알려진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유년시절 어머니가 종종 여장시킨 뒤 주변에 인사시킨 경험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를 글로리아라고 지칭한 그는 평생을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지내다 마약중독과 4번의 이혼 끝에 63세에 성전환수술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립했고, 69세엔 야외노출로 경찰에 외설 혐의로 체포돼 여자 교도소에서 수감 한 달 만에 눈을 감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거세, 노출증과 외설로 삶을 맺은 그의 궤적과 무관하게 경찰에 입건 당시 그의 표정에선 부끄러움 대신 유쾌함과 당당함이 묻어나 아이러니한 인생을 은유하고 있다.


공연음란적발 2년 새 52% 증가…하지만 처벌은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쳐


캠퍼스 강의실에 무단 침입해 노출 사진을 촬영한 ‘동덕여대 알몸남’ 박 모씨는 SNS계정에 지속적인 노출 사진을 올려왔는데 2017년 7월 계정 개설 후 총 63건의 야외 노출 사진과 영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15일 거주지 인근에서 검거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18일 이를 기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공연음란행위로 적발된 인원이 2015년 1700명에서 지난해 2597명으로 2년 새 5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공공장소에서의 성기노출은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며, 형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고 있으나 공인 또는 상습범을 제외하면 대부분 벌금형이 부과된다.


적발 시 처벌이 가볍다 보니 노출증 환자의 노출 수위와 범행 수법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는 상황. 특히 과거의 ‘바바리맨’이 나체를 가리기 위해 바바리를 입고, 범행 후 재빨리 도주했던 것과 달리 ‘동덕여대 알몸남’의 경우 캠퍼스 강의실에 침입 후 나체인 상태로 사진을 촬영해 이를 SNS에 공유하며 자신의 범행 사실을 공공연하게 노출시키는 데까지 진화했다.


2016년 미국 저널 ‘성적 중독과 강박’에 게재된 서던 미시시피 대학 티파니 홉킨스 박사의 논문 ‘다양한 종류의 침입:노출증과 관음’은 노출증 피해 여성 중 18%가 사건 이후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28%는 행동과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한편 경찰은 현재 삭제된 ‘동덕여대 알몸남’ 박 씨의 삭제된 트위터 계정 사진 관련 미국 트위터 본사로부터 회신받은 자료와 통신사 수사내용 등을 토대로 박 씨의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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