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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의 책피카]'주주행동주의 시대' 행동해야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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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 주주에 잉여현금 분배 요구


[박미주의 책피카]'주주행동주의 시대' 행동해야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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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주주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주주들이 주식을 처분할 때 받은 가격은 주당 잉여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잉여현금을 회사에 남길지 여부는 그 현금의 주인인 주주가 결정해야지,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증권투자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명저 '현명한 투자자'를 쓴 벤저민 그레이엄의 서한 일부다. 1927년 그는 노던파이프라인 최대주주 록펠러재단에 이 서한을 보냈다. 흔히 벤저민 그레이엄을 현대 증권투자이론의 아버지, 가치투자의 태두로 알고 있지만 그는 최근 대두된 '주주행동주의'의 창시자다.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헤지펀드를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1926년 그레이엄은 서른두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을 찾아가 잉여현금을 주주들에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경영진은 "우리 방식이 싫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든지"라며 코웃음 쳤다. 그레이엄은 일반 주주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멀고도 외딴 곳에서 여는 주주총회에 갔지만 참석한 회사 측 주주들의 반대로 입 뻥끗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듬해 그는 이 회사 최대주주인 록펠러재단에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1928년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만나며 위임장을 받아냈다. 많은 의결권이 넘어가자 경영진은 "이럴 수가! 점심까지 사면서 받아낸 위임장인데!"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주총 직후 그레이엄은 이사회 의석 5석 중 2석을 확보했고 경영진이 잉여현금을 분배하기로 했다. 주주행동주의의 첫 페이지가 쓰인 순간이다.

최근 주주권익이 강화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혹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후폭풍으로 주주들이 회사 경영을 더욱 매섭게 감시하고 있다. 배당 확대 요구도 커지며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금은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원칙을 담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고 조만간 가입 1호 사모펀드(PEF)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위원 분리투표제, 집중투표제 등 지배주주를 감시하는 데 초점을 둔 상법개정안도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주총시즌에서는 회사를 인수하려는 소액주주들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주주행동주의 역사가 100여년간 이어진 미국의 사례로 예측해볼 수 있다. 제프 그램은 '의장! 이의있습니다'에서 20세기 초 미국 내 주주행동주의가 드물었던 이유를 상장기업의 지분이 설립자 등 극소수에 집중돼 있고, 상장기업들이 재무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다 1934년 증권거래법 공시 조항과 상장기업 소유권 분산으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는 한국의 현재와 비슷하다.


제프 그램은 책에서 미국 8대 주주행동 사건을 위주로 주주행동주의를 풀어냈다. 그레이엄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세운 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을 공개 매각해 주가를 지킨 칼라 쉐러, 우량기업 BKF캐피털을 기어코 무너뜨린 카를로 카넬의 왜곡된 주주행동,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가 저평가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살리기 위한 서한 등의 얘기가 담겼다. 국내에서 KT&G를 공격해 유명해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얘기도 나온다. 그는 필립스 페트롤리엄 경영진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제안을 거부하면 공개매수를 시도하겠다며 자금조성 장담 의견서도 첨부했다. 회사는 기존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자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포이즌 필'을 도입하려 했지만 위임장 대결에서 실패하며 아이칸의 승리로 끝났다. 필립스 페트롤리엄의 주당 가치도 상승했다.


책에서 이런 대결 과정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동시에 기업 공략과 방어 수단들을 공부하게 된다. 경영자들은 기업사냥꾼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무관심한 주주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사, 초점을 잃은 경영진이라는 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외에도 해제에서는 주주총회 참석과 의결권 행사 방법 등 일반 투자자들이 주주행동에 나설 방법이 소개된다. 주주명부를 열람하고 복사할 권리,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복사할 권리, 주주제안권 등 법률 지식이 필요한 주주행동 방법도 참고할 수 있다. 중간 중간 가치투자를 가르치는 교수이며 헤지펀드매니저인 저자를 통해 주식과 기업경영, 투자 등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싼 저평가 주식이라면 안전마진이 있으므로 회사 이익이 감소해도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그레이엄의 '안전마진' 개념 등이다.


[박미주의 책피카]'주주행동주의 시대' 행동해야 돈 번다


'의장! 이의있습니다'|제프 그램 지음|이건·오인석·서태준 옮김|에프엔미디어 펴냄|값 1만8000원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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