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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절약 → 조기은퇴 '파이어족' 확산, 경제 회복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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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절약 성향 파이어족, 20·30대 직장인 중심 확산
월 급여 41.4% 지출…용돈은 월급 22.0% 불과
극단적 절약, 오히려 경제회복 위협한다는 우려
전문가 "경제는 저축·소비·투자 균형 중요"
"저축 너무 많아져도 불황 가능성"

극단적 절약 → 조기은퇴 '파이어족' 확산, 경제 회복 위협한다? 최근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이른바 '파이어족'이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한 빌딩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직장인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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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족)'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자산을 모은 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조기은퇴를 하고 자유롭게 사는 게 목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이어족의 등장이 오히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는 미 연방준비기금(FED) 등 중앙은행에서도 파이어족의 확산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네 영단어의 첫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이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1965년 사이 출생한 세대)는 부동산을 담보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생활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앉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부모들을 보면서 청소년기를 보낸 파이어족은 미래에 불안을 느껴 소비보다는 저축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지향하는 파이어족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6월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직장인 회원 825명을 대상으로 질의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기은퇴를 목표로 저축을 하는 직장인은 전체 27.4%를 기록했다. 이들은 월 급여 평균 41.4%를 저축하며, 한달 용돈은 월급의 22.0%만을 지출했다.


극단적 절약 → 조기은퇴 '파이어족' 확산, 경제 회복 위협한다? 파이어족은 한달 급여 중 평균 22%만 여가생활 등 용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이어족의 확산이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의 주축인 20·30대 젊은층이 갑자기 지갑을 열지 않으면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미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밀레니얼 세대가 중앙은행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이어족에 대한 FED의 우려에 대해 전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24~39세 직장인 가운데 저축액이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인 이들의 비율은 25%에 이르러, 지난 2018년 대비 9%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저축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 내수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내수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68%를 차지한다. 직장인들이 충분히 지출을 하지 않으면 수요가 줄면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동반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파이어족 등 이른바 '슈퍼세이버(super saver·극단적으로 저축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25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이 있는 이른바 '슈퍼세이버'가 증가하고 있다"며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극단적 절약 → 조기은퇴 '파이어족' 확산, 경제 회복 위협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극단적 저축 성향을 가진' 슈퍼세이버'가 늘어날 경우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5.8% 증가한 1603조4597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600조원을 돌파했다. 즉 가계·기업이 돈을 지출하기보다는 예금 형태로 쌓아두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는 뜻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의 내수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8%였다. GDP 대비 내수산업 비율이 50~60%를 차지하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에 비하면 내수 의존도가 낮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무역 위축 상황에서 소비마저 동력을 상실하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저축·소비·투자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저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최근 경제의 특징은 수요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소비가 늘어야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며 "저축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수요가 모자라 불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를 많이 받는 직장인의 경우 (파이어족을 해도) 개인적으로는 상관없겠지만, 만약 나라의 모든 젊은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절약을 하는 상황이라면, 저축이 너무 많아져 (수요 감소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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