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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두순 막아달라" 안산 시민들 당혹감·분노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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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으로 돌아가 살겠다" 조두순, 12월 출소 안산 시민들 '불안'
"왜 안산이냐", "불안해서 못 산다", "반성 믿을 수 없다" 분통
안산시장,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입법 요청
정치권, 조두순 감경 이유 '주취 감경' 차단하는 '조두순 방지법' 입법 착수

"제발 조두순 막아달라" 안산 시민들 당혹감·분노 [한승곤의 사건수첩] 14일 오후 안산역 인근에 있는 다문화거리 시장에서 안산 시민들이 장을 보는 등 여가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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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너무 불안하죠.","반성이요? 무슨 그런 끔찍한 일을 하고서는…"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오는 12월 출소 후 원래 살던 지역인 안산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소식에 치를 떨었다. 대부분 '불안하다', '끔찍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등 당혹감과 함께 불안감을 보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조두순은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의 면담에서 "죄를 뉘우치고 있다. 출소하면 원래 살던 안산으로 돌아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조두순의 반성을 믿을 수 없다면서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에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안산역에서 15년째 구둣방을 하고 있다고 밝힌 김모(60) 씨는 "과거 사건 발생 당시에도 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동네가 아주 난리가 났었다"라면서 "그런 조두순이 다시 온다고? 난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단 불안하다. 그 범죄자가 무슨 일을 다시 벌일 줄 모르고, 여기는 또 사건이 일어났던 곳 아닌가, 동네 사람들 다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여기로 오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왜 '술 먹고 기억 없다', '술 취해서 모르겠다'고 하면 봐주나, 아주 황당하고 답답하다. 법이 도대체 왜 이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25·여) 씨는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 씨는 "정부에서 조두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범죄를 일으킬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막말로 전자발찌 끊고 범죄를 일으킨다고 하면 어떻게 막나"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어"사람 일 모른다, 누가 장담하나, 왜 안산으로 오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제발 조두순 막아달라" 안산 시민들 당혹감·분노 [한승곤의 사건수첩] 안산 OO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폐쇄회로(CC)TV.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시민들의 불안감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주택 매매에서도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가 하면, 아예 조두순 이름 석자에 대해 트라우마를 쏟아내는 주민도 있었다.


10년째 안산 OO 동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김 모(40) 씨는 "아무래도 최근 집 보러 오시는 분들은 골목길 등 자신의 집 주변에 폐쇄회로(CC)TV 몇 대가 있는지 등을 문의하신다.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의견이지만, 왜 조두순을 풀어줘서…판사에게 불만이 많다"고 비판했다.


안산역 인근 다문화거리에서 만난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피해자를 생각하면 조두순을 안산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 다시 한번 고심 좀 했으면 좋겠다. 법이 없나? 안산 시민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두순이 안산으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만으로 고통스럽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트를 운영하는 50대 여성 박 모 씨는 "조두순에 대해서 아예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어 "동네 사람들도 다 잊고 살 것 아닌가"라면서도 "진짜 조두순이 여기(안산)로 다시 오냐,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70대 남성 이 모 씨 역시 "나쁜 일을 한 사람이 다시 이곳으로 온다고? 무슨 그런 법이 다 있느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이어 "조두순이 여기 오면 옛날 나쁜 일 다 생각날 텐데, 동네 사람들은 무슨 죄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발 조두순 막아달라" 안산 시민들 당혹감·분노 [한승곤의 사건수첩] 안산 OO동 주택가 골목에 있는 CCTV.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전문가는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을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두순이 안산으로 올 수 있다는 소식 그 자체로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시민들이 볼 때 법정최고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아야 하는데 12년 징역을 받고 나온다고 하니까 시민들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두순이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에 사과한다고 하는데,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행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조두순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시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두순의 재범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강력히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100% 관리를 할 수 있나 혹시 모를 범죄 가능성에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윤화섭 안산시장은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입법을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행범, 상습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을 형기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가 지난 2014년 9월 입법 예고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당시 법무부는 "아동 성폭력과 같은 흉악범죄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전자발찌 부착 등의 처분만으로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고 대다수 국민이 재범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입법 예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발 조두순 막아달라" 안산 시민들 당혹감·분노 [한승곤의 사건수첩] 지난 2010년 3월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


14일 안산시에 따르면 윤 시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12년 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피해자와 가족, 이웃, 74만 시민 모두가 가슴 깊이 분노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윤 시장은 "(조두순이) 저지른 죄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안산시는 2014년 9월3일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던 보호수용법 제정이 현시점에서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다"라고 전했다.


윤 시장은 "안산시는 조두순 출소 전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라며 "현재 많은 시민이 겪고 있는 큰 불안은 장관 의지에 따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두순의 감경 이유 '음주 감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커지자 정치권은 음주 감경을 차단하는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 입법화에 착수했다. 형법 일부개정안인 '조두순 방지법'은 주취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라 해도 형을 감경시켜주는 고질적인 문제를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두순은 무기징역을 구형 받았으나 고령의 나이와 알콜중독 등에 의한 심신장애 상태를 이유로 재판부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 구형, 재판부의 주취 감경 인정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 조두순은 오는 12월13일 출소한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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